|
저는 이야기 만드는걸 좋아합니다. 또한 이야기 만드는게 두렵기도 합니다. 이야기는 입에서 입, 손에서 손으로 퍼져 나갈때 생명을 가지게 됩니다. 혼자 만들어졌다가 져버리는 일기문이 가치가 없다는건 아니지만 그것은 이야기로써의 생명을 지닌 글이 아닙니다. 이야기 만드는 사람으로써 타인의 비평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물론 그렇고요.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살리고 싶다면 어느정도의 면구스러움은 감당해야겠죠. 그런데 이게 RPG가 되면 또 다른 종류의 무게가 있습니다. 제가 종종 지나칠정도로 책임을 요구하는 부분이 있다면 상호 약속에 대한 부분인데, 그것은 플레이어뿐 아니라 마스터에게도 책임이 있는 부분이니 더 그러합니다. 남이 써둔 이야기가 취향에 맞지 않고 재미 없으면 안 보면 됩니다. 바쁠때 볼 만큼은 재미가 없다고 생각하면 한가하고 할 일이 없어 지겨울때 보면 됩니다. 그런데 RPG란 서로의 시간을 일정 시간 잡아두고 있는지라 서로가 상대의 시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습적으로 플레이를 빼먹는 사람한테야 전혀 미안할게 없습니다. 도려 그쪽이 책임을 다하지 못했으니 저는 당당합니다. 하지만 약속을 잘 지켜주는 플레이어에겐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수가 없단 말이죠. 과연 내가 저 사람의 네시간, 아니 길면 대여섯시간을 빌려도 좋을만큼 이야기를 잘 만들고 있나? 모든 이야기가 모든 사람에게 재미가 있을 수는 없습니다. 저도 잘 알고 있고 말이죠. 나름 매 이야기를 할때마다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이야기가 끝날 무렵이면 자기 반성을 하며 다음에는 이걸 해볼까 저걸해볼까 고민했는데, 지금은 엔딩이 얼추 눈에 보이는 시점이지만 그저 성실한 플레이어들에게 해주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적지근한 미안함이 감돌 뿐인것 같습니다. 너무 자주, 매번 실패해서인건지, 아니면 어짜피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해 단순히 지쳐서인건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만은 예전만큼 '나한테 4시간 정도야 충분히 내줄 수 있는거잖아요?'하는 식의 자신감은 생기지 않네요. 당분간 마스터링에서 손 떼는게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일것 같기도 합니다. 여러사람의 시간을 사용한다는건 사실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에요.
|
끄적끄적
카테고리
최근 등록된 덧글
플레이 성향은 삶의 자..
by 실버 at 01:46 누구나 삶에 대해 생각하.. by 로키 at 09/07 대학교과 직장은 판이하.. by 실버 at 09/07 4번에 제일 공감한다고 .. by nefos at 09/07 커뮤니케이션은 모든 협.. by 실버 at 09/07 최근 등록된 트랙백
포토로그
이글루 파인더
|